가족

남편과의 관계

lemontrees

202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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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 대한 내 마음이 나 자신을 괴롭혀요. 남편과는 흔히 말하는 기러기 가족으로 십 수년을 자식교육 위주로 사오십대를 따로 보냈고 이젠 아이들이 다 성장해서 외국에 있는 이 시점에 부부 둘만 다시 합쳐서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 없이 둘만 살게 되는 시간에 어색함이 있기도 하고 세월에 따라 우리 둘다 많이 변했구나 하며 적응해야 되는 부분도 있고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부쩍 더 많이 보이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관계를 깨트리지 않을 것을 전제로 솔직한 마음표현을 늘 참고 감추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혼자 삭히는 기분에 늘 외롭고 우울감에 빠져들어요. 원인은 여러가지라고 이성적인 분석으로 스스로 애써 기분조절을 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직업없이 집에서 전업주부로 살면서 바깥으로 나가는 남편을 대하다보면 짜증이 나거나 자존심이 상하거나 쓸데없는 망상증에 빠지거나 하다보니 마음을 잡기위해 휴대폰 오락에 시간을 쓰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네요. 남편이 골프모임에서 찍은 사진에 여자 한 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화가 치밀고, 남편의 지인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자리가 없다는 것에 소외감과 자존심이 상하고, 그런 주제로 대화로 풀려다가는 또 다른 화만 생겨요. 남편은 내가 의심하는 것에 짜증이 난다면서 나를 황당한 사람처럼 대할 뿐이니까요. 골프를 치러 가는 날이 잦은 건 아니지만, 저에게 같이 배워보자라고 빈말이라도 했으면 하는 게 제 바램인데, 그런 적 없고 그 여자 사장으로부터는 접대 받는 입장이라 무료로 골프를 치는 상황이라며 고마움의 표시라도 해야 된다며 그 여자에게 자기가 쓰던 골프채를 줘놓고 자기는 또 새로 구입하기도 해서 그걸 알게 되는 저는 상황상 이해가 된다해도 화가나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구요. 속으로 아무일도 아니야, 아무 일도 일으킬 사람 아니야 라며 믿고는 싶어도 그런 약속이 조만간 또 잡힐 것을 상상하면 어떻게 이 고리를 끊을까 그게 내 기분으로만 고집할 수 있는 부분일까 내가 더 너그럽거나 무신경해질 수는 없을까 늘 화를 다스리는 거에 시간을 씁니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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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lemontrees 님, 반갑습니다.

오랜 시간 가정과 자녀를 위해 살아오신 모습이 글 곳곳에 묻어납니다.
이제야 비로소 남편과 둘이 지내는 시간 속에서,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들과 외로움이 더 선명하게 올라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감추는 시간이 길어지면, 혼자 삭히는 감정이 쌓여 어느 순간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혹은 '내가 잘못된 건가?'라는 의문으로 바뀌기도 하죠.
하지만 그 감정들은 잘못된 게 아니라, 지금 lemontrees 님의 마음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사랑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고, 관계 안에서 함께하고 싶다는 아주 자연스러운 바람이요.

남편의 행동이 외도나 큰 잘못은 아닐 수 있어도, lemontrees 님이 느끼는 소외감이나 자존심의 상처는 분명한 상처입니다.
특히 “나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무시당한 것 같을 땐, 마음의 균형이 더 쉽게 무너지지요.

남편의 세계 안에서 나의 자리가 어디인지, 그 안에서 내가 존중받고 있는지 확인받고 싶은 그 마음은 당연한 감정입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무시나 방관 속에서 계속 혼자 감정을 다스리려 애쓰는 건 너무 외로운 싸움이에요.

마음을 편하게 갖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제안을 드려볼게요.

1) 감정을 인정하고 정리하는 글쓰기
매일 5~10분, 그날 느낀 감정을 “비판 없이” 써보세요.
분노든 질투든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말로 풀 수 없는 감정은 글로 정리하며 나를 위로할 수 있어요.

2) 내 일상의 중심을 '나'로 조금씩 옮기기
남편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마음이 좌우되지 않으려면 나만의 루틴이나 관심사를 하나씩 만들어 보세요.
작은 동네 모임, 취미활동, 걷기, 글쓰기, 봉사활동 등...
처음엔 어렵겠지만, 나를 지키는 안전한 울타리가 생기면 훨씬 단단해질 수 있어요.

3) ‘기대’를 ‘요청’으로 바꿔보기
“골프 같이 배우자고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같은 바람은 말하지 않으면 상대가 모를 수도 있어요.
기대하다 실망하는 것보다, 솔직한 ‘요청’으로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거절당하더라도 내가 내 감정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후회가 덜할 수 있어요.

4) 마음 나눌 사람 찾기
배우자가 감정을 나눌 상대가 되어주지 못할 때는, 꼭 전문 상담이 아니어도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아보세요.
그것만으로도 삶의 숨통이 트이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lemontreess 님, 지금도 충분히 애쓰고 계세요.
이제는 ‘내가 왜 이렇게까지 예민하지?’가 아니라,
‘이 마음이 뭘 말하고 싶어 하는 걸까’라고 자신에게 조금 더 다정하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편안한 마음,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lemontrees 님의 마음이 편해지길 바라며, 응원하고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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