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명언>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여기 계신 마음하나 분들과 나누고 싶은 문장이 있어서 적어보았어요. 저도 제 삶에서, 인생에서 일어났던 비극 같은 시간들을 모두 '평범한 보통의 불행'으로 바꾸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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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을 받으러 온 내담자는 그전까지는 이 세상에서 이런 일은 오직 자신만 경험하고, 그 누구도 자신만큼 비극적으로 살아본 적 없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 ‘신경증적’이라는 것의 의미가 그렇다. 자기애적 관점에서 유니크해야 하고 남과 다른 고통을 경험하는, 독특한 비극적 사건의 유일무이한 주인공이어야 한다. 실제로 힘들고 괴로운 삶을 살아왔다고 여겨야 자기 자신을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정신분석의 과정에서 이를 인정받을 거라고 기대한다.
자신의 인생을 기구하고 비참한 비극의 서사로 구성한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 이야기의 힘은 무척 강렬할 것이다. 이를테면 이십대 초반에 상위권 대학에 입학했고 그 덕에 괜찮은 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던 일은, 사십대가 된 비극의 주인공인 자신의 입장에서는 더 큰 몰락을 위한 아주 짧은 봄날일 뿐이다. 또 중산층 집안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자라난 사실보다 사회적으로 성공해서 바빴던 아버지의 부재와 권위적 언행이 지금의 비극적 서사에 더 어울린다.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그 사람 마음 안의 오래된 ‘서사적 진실(narrative fact)’이다. 그러니 당연히 스스로 그리는 미래도 이 궤적에 어울리게 흘러갈 것이다.
오랜 기간 진행되는 정신분석적 치료의 목적은 그동안 그 사람을 설명해오던 서사에 의문을 갖고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그 축을 변화시켜보는 것이다. 이미 자신을 설명하게 구축된 서사를 바꾸기란 어려운 일이고, 그렇기에 강한 저항을 만나게 된다. 게다가 치료의 결과로 영웅이 되거나 어떤 괴로움도 없기를 기대한다면 그 변화는 더욱 힘들 것이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히스테리 연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신분석의 목표는 신경증적 비극을 평범한 보통의 불행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하지현 의사의 <아무튼, 명언> 중 <평범한 보통의 불행>에서
상담사 답변
* 마음하나의 전문 상담사가 답변하고 있어요.
요아요님 안녕하세요.
'평범한 보통의 불행' 이라는 표현이 깊이 와닿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아픔이나 상처를 비극으로만 보지 않고, 일상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껴요. 그리고 요아요님쎄서도 그동안 겪거온 어려움을 그렇게 바라보려는 변화가 시작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서사적 진실'이라는 개념도 흥미롭네요.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이 결국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면, 그 서사를 조금씩 바꿔나가는 일이 정말 중요한 과정이겠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제 삶에서 일어난 일들을 조금 더 담담하고 부드럽게 바라보는 연습을 해봐야 겠습니다.
이 문장을 나눠주셔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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